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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의 일상/About a BOOK

<2007> 인생 -위화




(1)

대학시절 4학년, 70년대 학고방같은 나의 학교 도서관(이젠 이것마저 옛말이 되어버렸다)에는 책을 다 빌려가서 동네 도서관에서 "허삼관 매혈기"를 빌려봤었다. 


나는 원래 소설이라는것이 삶을 반영해주지 못하고 현실에서 떨어지는 얘기라고 치부하고 즐겨 읽지 않았다. 그런데 이책은 달랐었다. 이야기 하듯 쉬웠고, 내 옆집 아저씨가 내게 술한잔 내밀려 건내주던 얘기인듯, 그렇게 내 마음에 다가왔다.


위화. 하면 허삼관 매혈기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서평과 평점을 보니 인생이 엇비슷하게 높았다. 음.. 이것도 괜찮겠는걸? 하면서 그때의 감동을 다시한번 느끼고자 책을 꺼내들고 그자리에서 1/3을 쭉 읽어내려갔다. 역시나 말하지만 나는 책을 그리 즐겨읽는 사람이 아니기에, 내가 이정도로 끈덕지게 읽는 다는건 그만큼 책이 재밌다는 뜻이다.


그리고 책을 다읽고 생각해보니, 아마 내가 이책이 주는 감동을 미리 예감하고도 빌린것을 보면 나는 위로받고 싶었나보다


요즘에, 내가 즐겨 고민하는 주제가, 왜 어떤책은 명작이라고 칭하며, 왜 어떤 작가를 노벨상을 주면서까지 칭송하는가, 왜 어떤 영화는 사람들이 그토록 명작이라고 하는가이다. 그간 정리한 내 생각에 명작(名作)이란, '삶의 무게를 얼마만큼 진지하고 깊이있게 바라보는가'이었다


언젠가 내가 나열하고픈, 가와바타야스나리의 설국의 그것과 다른 느낌으로 '인생'이라는 두 글자를 풀어낸 위화의 이야기속

푸쿠이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다시한번 성마른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겨준다.



(2)

이 책을 도서관에서 몇시간, 그리고 출퇴근을 합쳐 이틀도 안되 가볍게 독파하면서, 마침 그때 라디오스타 "김광석의 친구들편" E313 편을 보았다.(우연히도)


거기서 박학기가 이런얘기를 한다. "김광석의 노래는 인생의 길목길목 우리가 지나가는 문 옆에 있다"라고..

김광석의 오래된 녹화된 비디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에 3도 높은 화음을 넣어 박학기가 함께 부른다. 오랜만에 TV방송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박학기와 한동준의 김광석에 대한 그리움이 내게까지 전달되었기 때문인듯하다. 진심은 브라운관을 넘나든다.


마치 김광석이 노랫말에 리듬을 실어 내 마음을 다독여 주듯이, 나는 위화의 "인생을" 들으며 위안을 받았다. 


푸구이의 삶이 중국의 고단했던 역사속에서 마치 인생의 골목골목 꼭 지나쳐야하는 그곳을 멈추는 정류장같이,

타이어가 빵빵한 거칠들판을 엔진과 기름을 낭비하며 내달리다보니, 아 이건 아니었구나 했던 회한(역)을 거쳐 삶의 행복했던 시절(역) 에서 고난(역)을 지나 해지는 저녁 노을과 같이 아련한 (역)을 다시 지나 쓸쓸히 하나하나 불이꺼지는(역) 에 다다르는 모습을 묵묵히 스쳐가는 모습을 보고 그리고 듣고 있노라면 그냥 아련한 아픔과 회한이 묻어 나온다. 


그렇게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동안 나는 어느틈에 마치 그 고단한 삶이 내가 겪은듯 푸구이의 마음이 내게 전달되어온다. 그래서 위화는 내게있어 특별하다. 쉬운말로 어렵지 않는 언어로 내게 나직이 울림있는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이다.그의 책과 함께 김광석의 "60대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를 함께 보고 듣고 있자니, 나는 마치 내가 70살 할아버지 인것마냥 삶을 돌아보게 된다.


책이란 이래서 좋은가보다. 좋은 영화 만큼이나 울림이 있다. 그렇게 나는 아픔을 함께하며, 깊이를 배우고 위로를 받는다.


P.S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인생이란것에 대해 자꾸 짧음, 그리고 아련함 이라는 단어에 자꾸 집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