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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i n o/★★★★

멋진 하루



스크린 경마장, 좋은 아파트, 남산이 보이는 달동네 빌라, 어느 중학교의 운동장, 2008년 효도르 경기, 네비게이션이 한참 보급될때 워~ 짱신기해 하면서 감탄해 마지 않던 특유의 그 분위기가 느껴지고, 차가 견인되서 차찾으러 희수와 조병훈 둘이 신당역을 지하철을 타고 지나가는 등. 이 영화는 우리네 삶과 무지 닮았다. 아니, 나의 소소한 일상속의 스쳐가는 모습들 하고 많이 닮았다. 


딱 내나이에 헤어진 사람이 돈찾으러 오면 저런 비슷한 풍경이 벌어지겠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영화는 돈받으러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희수(전도연)와 그돈을 기어코 값아주려는 조병훈(하정우)의 하루 이야기를 담았다. 100만원, 70만원, 60만원, 40만원.. 십시일반의 아름다운 우리네 농촌 품앗이를 연상시키는 돈을 값아가는 과정에 2008년 서울의 어느 가을날이 풍경이 스크린에 그려지고. 그속에 잔잔한 여운을 담는 대사들이 스크린의 땀을 낸다.


* 딴짓을 하는 병훈이에게 "넌 내가 이런 진지한 얘기를 하는데 꼭 그렇게 딴짓을 해야겠어??" 

(내가 너의 이런행동때문에 헤어진거야!!)

* 병훈이가 대학때 사겼던 여자친구가 누구의 남편이 되어 남편이 기어코 커피라도 마시러 가자고 하고선 시간이 지나자 대뜸"둘이 사겼었죠?", 

(누구나 정말 물어보고 싶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 물어볼수없는말)

*차찾으러 갔다오면서 "차용증써! 견인비 \82,100에 꽃값에, 지하철비" 등등..

(난너랑 왠지 헤어지기 아쉬운 지금이다...)


영화는 마치 이러한 사소한 말들과 그속에 담긴 뜻들을 풀어내는 그 순간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네 삶에서 아름다웠던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다. 


사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졌을때를 돌이켜보면, 뭔가 화려하고 행복했던 순간보다는 지나치듯 느꼈던 

그녀의 속깊은 곳에서 내가 듣고싶어하던 그 한마디를 입속에서 내어주는 그 입술

멋쩍게 부끄러워하던 그 모습 

어색하게 내밀어주던 손의 감촉

그것들이 훨씬더 감동 깊고 오래가지 않았던가 그래서 마치 영화는 우리에게, 우리네 보잘거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들이 사실은 멋진 나날들이라고 말해주고 있는것 같다. 나의 삶에 언저리랑 매우 가까운곳 (서울 광화문 언저리 부터 역삼 테헤란 언저리)에서 벌어지는 우리네 별것 아닌 모습들. 그것들은 잔잔한 재즈기타의 선율 만큼이나 예측불가능 하고 아름답다. 


난 영화를 보는 동안, 나의 멋졌던 하루를 상상해본다. 당시에는 몰랐던 사건&사고들이 시간이 지나면 소중해 지고, 나에겐 "멋진 추억"이 남게되는 소중한 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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